2009년 11월 05일
헌법재판소에 분통 터뜨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헌법재판소에 분통 터뜨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법 없이 돌아가는 조직 단체라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계에서는 오히려 법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몇 사람만 모여도 규칙을 만들어 안전한 령역을 구축하려 한다. 사람들은 규모가 커지고 욕심이 많아질수록 욕심을 보장하고 통제할 수 있는 단체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 단체를 운영하는 법을 만들게 되었다. 국가와 헌법은 그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단체고 법이다.
그 최고의 법이 설 수 없다면 그 나라는 최상의 나라가 될 수 없고 그 나라는 그 나라를 움직이는 비공식/공식 주류세력의 사유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이 나라 같은 경우 헌법재판소라는 것을 두어 나라를 공기公器로 지키려고 애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절대적 잣대로 두고 하위법이 이를 어기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내리는 판결을 보면 헌법을 바꾸던지, 헌법재판소를 없애던지, 헌법재판소를 재판하는 기구가 또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디어법이다. 부정투표인지 아닌지를 그래서 무효인지 유효인지를 판결해 달라는 요청에 헌재는 절차상 위법하나 더 이상 제재할 수는 없다는 모호한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어찌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립법부가 권력과 보조를 맞추고 사법부가 권력의 뒷받침을 해주는 식으로 이 나라에서 삼권분립은 거의 유명무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리적 판단에 앞서 권력을 의식하지 않기란 싶지 않다. 헌재가 이런 비난을 이겨나가는 방법은 두 쪽을 다 인정해주어 중간을 잡는 것이다. 특히 기득권이 야당이 되어 헌법소원을 할 때는 온갖 궁리를 다 해야 한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로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도시 이전을 소원했을 때 서울을 6백년 된 수도라는 주장을 인정해주려고 기상천외하게도 관습헌법이라는 전문용어를 들이대어 사람들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 것은 좋은 보기다.
기득권과 현정권이 하는 일엔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기에 헌재의 판결은 초동급부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례를 들어 만약 4대강 사업 위헌을 소원하면 어떨까. ‘환경평가 주민동의 등 일부 위헌 요소가 있으나 사업 자체는 정당하다’ 아마 대충 이렇게 나올 것이다. 파병도 같은 맥락에서 판결하지 않을까. 사정이 이러하니 뜻있는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왜 있어야하는지 회의하게 된다. 물론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판결이 제 주장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고 리해하는 선을 넘어서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엔 굳이 헌법재판소는 없어도 될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다. 립법부인 국회가 바르면 대화 토론 설득 타협으로 합리를 찾게 될 것이니 구태여 헌법소원까지 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국회가 스스로 인민을 대신하여 법을 만드는 독립 위상을 포기해 버리면 치우친 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당의원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대통령 권력을 보좌해야 한다는 일념에만 불타오르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지금 정권 들어서고부터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의 판단은 사회성과 공공성을 부정하는 것이 많았고, 가진 자들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 많았다. 뜻있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식하여 시국선언을 한 것조차 불법으로 몰아세웠지 않은가. 립법부인 국회 또한 민생을 외면하고, 기득권의 리익을 보장해주는 법 만들기에 죽을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사법부는 법을 지킬 생각이 없고, 립법부는 법을 공명정대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 사법부이기를 립법부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와 립법부 국회를 심판할 주체는 인민이다. 나의 권리를 대리해주기는커녕 도리어 나를 짓밟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자해행위다. 권한을 위임해 준 인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고, 기득권과 대통령 권력 보장을 제 할 일로 삼는 자들을 심판하는 길은 투표에 있다. 대통령을 제대로 뽑고 국회의원을 올바르게 뽑으면 대통령과 립법부와 사법부의 분립과 견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 헌법재판소를 살리는 길도 그 안에 있다.
2009. 11. 5.
# by | 2009/11/05 16:08 | 잡문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