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째 대통령 로무현 님의 명복을 빕니다

 

16번 째 대통령 로무현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당신과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작은 백성입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2002년 대선에서 당신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제가 지지하는 정당 후보는 따로 있었지만 한나라당 만큼은 안 된다는 생각, 소탈하고, 소신 있고, 자신 있는 인간적 매력, 평민 출신이란 점, 제 외가가 광주 로씨라는 점(항렬로 보면 제 외사촌 형님 되십니다) 등으로 당신을 찍었습니다. 당시 제가 얼마나 열성적이었는지 아세요, 대구가 고향인 후배 새벽 잠 깨워 제 차에 태워 2시간 걸려 대구까지 가서 투표하게 한 놈입니다.


하지만 재임기간에 보여 준 당신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미用美를 념두에 두셨는지 모르지만 후보시절 자주를 말하는 것과는 너무나 달랐고(결국 친미親美 의미依美 세력이 흡족해 할 만큼 자세가 바뀐 듯 보였습니다), 이라크 파병, 한미에프티에이 추진으로 이어진 로선을 보면서 지지를 거두었습니다. 수구와 진보 사이에서 신음하면서 줄을 타는 것 보다는 단호하게 지지표를 믿고 달음질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지지자들마저 잃었고, 국체를 바로 세우고 자본을 통제하라며 인민이 준 권력을 자본에게 넘겨주고 언론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언론은 개주둥이를 놀려댔고 자본은 인민을 도탄으로 몰고 갔습니다. 당신도 그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이고요.


당신이 정치와 권력의 성역을 허물고 권위주의로 가는 계단을 헐어내고 권좌를 낮추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경을 넘어 선 것은 분명 파천황적 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권위와 권력, 자본으로 명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은 배수진 앞에서 단결했습니다. 토호세력 반공세력 신자유주의세력, 언론세력 공안세력 정치세력 종교세력 뉴라이트 등이 련대의 동아리를 형성했습니다. 경제부문에서 당신은 투항했지만 저들은 곱게 받아들여 주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과 리명박 정권은 당신을 가지고 놀았고, 조중동문은 펜으로 찔러댔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비수 한 자루 건네주며 죽어라 죽어라 벼랑으로 몰고 갔고 실지 당신은 벼랑에서 숨을 버렸습니다. 양호지환은 이럴 때를 일컫는 말 아닐까요.


참으로 허탈한 역전이요 비겁한 기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끝까지 당신을 우습게 봤습니다. ‘바보’를 바보로 보고 만만하게 보았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룡이라는 사실은 무시하면서 당신의 출신이 개천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검찰이 조선일보, 삼성 수사와 당신의 건을 처리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그것은 명백해집니다. 권력, 언론과 눈사랑을 맞춘 검찰은 경솔하게 그리고 안하무인격으로 주물렀습니다.


언론과 권력에다 당신을 불행하게 만든 또 다른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당신과 가까운 령부인과 측근이었습니다. 그들의 빗나간 사랑이 당신을 존재하게 하는 힘인 도덕성을 할퀴고 말았습니다.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아니 당신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당신을 힘들게 했는지 참으로 그들이 원망스럽습니다.


도덕과 목숨을 바꾸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죽어야 할 사람들은 뻔뻔하게 살아서 도리어 꿋꿋하게 견디지 못한 것을 훈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들이 말하는 꿋꿋함은 뻔뻔함과 다를 바 없어서 돌아볼 가치도 없는 말입니다만, 당신이 당당하게 수사 받고 법적 책임이 있다면 지는 아름다운 로무현으로 남아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이었다면 하는 가정에서 당신이 숨을 버렸던 그 날을 떠올려 봅니다. 유서를 남기고 경호원을 부르고 산꼭대기로 오르려다 돌연 부엉이바위로 가서 담배를 찾다가 허공에 몸을 맡긴 그 순간 순간을 추적하고 감지해 봅니다. 당신의 심정을 얼마라도 헤아려 보려 하지만 그게 어디 미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일이 일어나자 죽어라 죽어라 한 이들이 전직대통령 례우를 거들먹거리는 꼴은 정말이지 역겹고 사납기 그지없습니다. 가해자인 그들이 할 일은 조문하기 앞서 참회를 해야 마땅할 터인데 저려오는 제발 보호하기 바쁩니다. 추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가 하면, 그들의 단골메뉴인 질서를 앞세워 불법집회를 막는다는 어이없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들 후안무치는 끝이 없습니다. 저들의 속내는 섭섭시원이 아닐까요. 그들의 정신지수는 자살을 권유한 김동길, 서거라는 말에도 린색한 조갑제와 같은 치매에 가까운 령감탱이 정도이고, 솔직한 정서지수는 지어미 애비 죽어도 안 그럴 거라며 추모하는 인민들을 경멸하는 선에 멈춰있습니다.


‘평범한 불세출’ 당신께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온 몸으로 한 삶을 살고, 너무나 깨끗해서 당당했던 당신이 가신 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당신의 파란은 청죽에 길이 새겨 전해질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편안하십시오.


2009. 5. 25.

by 롱산 | 2009/05/25 17:53 | 잡문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longsan.egloos.com/tb/149859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t 2009/06/02 12:48
님 죄송하지만 ㅄ이란 문자를 쓸수밖에 없네요. 백성이라는 가치관을 가졌다니. 님같은분떄문에 노무현전대통령이 영웅화되는겁니다. 안타깝지만 분명히 영웅화될일은 아닙니다. 님은 당신이 크게될 생각은 안하고 큰 남에가 엎혀서 그냥 한시대를 무의미하게 보내는것같네요. 물론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지만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롱산 at 2009/06/02 17:05
그렇게 보이십니까. 백성은 사람입니다. 그 옛날에는 백성도 못된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은 백성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앞 시대에 쓴 말도 이 시대는 이런 뜻으로 쓸 수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님은 국민이란 말을 씁니까. 제가 즐겨쓰는 말이 백성과 인민입니다. 국민보다는 낫지요. 그리고 로 전 대통령이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입니까. 이야기 책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완전무결한 영웅을 찾고 있나요? 일지매 홍길동 림꺽정만 영웅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로 전 대통령의 과실도 있고 저도 그 점 덮어두자는 마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민 출신으로 최고권자가 되었고, 평민으로 돌아 가려 한 그의 자세는 영웅이 가져야 할 기본이 아닐까요? 로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인민 모두가 승리하는 위대한 영웅이 되자는 것이 제 뜻입니다. 나만 잘났다고 혼자 앞서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큰 것은 무엇이고 작은 것은 무엇일까요?
Commented by Sengoku at 2009/06/09 16: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PD계열_ at 2009/07/05 20:37
푸하하하하 백성... ^^;;;;;;; 개인적으로 극우 영감님들보다 이런 분들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머리 만큼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실 정치성향을 가진 분께서 참으로 알흠다운 단어들을 사용하시군요. 누구를 섬기고 영웅화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뇌가 단순한 몸이 아닌 이상 생각 좀 하시고 말씀하시길. 그나저나, 백성께서는 투표는 하십니까?

(그런데, 지금 청와대 앉아 계신 설치...분도 참으로 청죽에 길이 새겨 전해질 영웅이시군요. 평민 출신으로 최고권력자가 되고 나중에 환경운동 하시겠다 하시니까. 왜 차별하세요? 나 참, 비겁하게시리)
Commented by 롱산 at 2009/07/06 11:46
알량한 리념에 사람이 죽어갑니다.
제가 어떤 파에 분류되는지 모르지만 평소 좌파의 견해에 많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백성'이란 말에 알러지를 보이는 좌파에게서
제가 극우로 분류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스스로 좌파에 자신을 분류하는 사람들은
온통 가르고 나뉘고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입으로만 사는 것 같아 보입니다.
슬픈 사실은
수구세력이 돈으로 그러듯
좌파에도 리론과 리념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